건축스케치 기행

양주향교

모돈갤러리(윤희철) 2018. 7. 4. 09:35


양주시청에서 파주방향으로 이어지는 98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1.5km 정도를 달리면 우측에 양주시가 자랑하는 문화유산 세 곳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로 최근에 복원을 마친 양주관아가 도로에서 곧바로 눈에 띈다. 나지막한 담장 가운데 누각이 있는 커다란 외삼문이 양주관아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두 번째는 관아 우측에 위치한 국가무형문화재인 양주 별산대놀이 놀이마당이다. 둥근 지붕위로 마스트들이 뽀죡뾰족 올라와 있는 독특한 조형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 놀이마당의 우측에 위치한 양주향교이다. 450년이란 긴 세월을 지켜 온 커다란 느티나무와 이 나무 가지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전통건축물의 모습이 멋진 구도를 연출해 낸다.

조선시대 이 지방의 중등 교육기관이었던 양주향교는 조선 태종 원년(1401)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 이후 1610년에 재건하였는데 한국전쟁 때 또 다시 소실되자 유림들의 노력으로 지난 1984년에 옛 모습이 복원되었다. 입구의 솟을삼문을 들어서면 너른 뜰 중앙에 팔작지붕을 한 명륜당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강학공간이다. 대체로 명륜당 좌우에는 유생들의 숙소인 동재와 서재가 있는데 양주향교에는 동재와 서재가 없다. 그 대신에 수령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좌우에 한 그루씩 대칭으로 자리잡고 있어 배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명륜당 뒤쪽에는 제향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앞쪽에 강학공간인 명륜당이 있고 뒤쪽에 제향공간인 대성전이 배치된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공간구성이다. 제향공간을 출입하는 내삼문은 3개의 문이 서로 떨어져 있어 일반적으로 3개의 문이 하나로 되어 있는 형식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제례가 있을 때 사람들은 혼이 다니는 문인 중앙문은 이용하지 않고 동쪽 문으로 들어가서 서쪽 문으로 나온다. 닫겨 있는 내삼문 옆쪽의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안쪽을 둘러본다. 안쪽 끝 중앙에 맛배지붕 형식의 대성전이 위엄있게 자리잡고 있다. 여러 선현의 위폐를 모시고 있는 이 향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대성전 앞쪽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는 건물인 동무와 서무가 좌우로 대칭으로 배치되어 제향공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

명륜당으로 눈을 돌리니 문들이 활짝 열려 있고 여기 저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놓여진 홍보자료를 보니 매 주말마다 이 공간에서 다도와 전통을 익히는 강좌가 이루어진단다. 문득 무더운 여름날 오후 고목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아래서 차 한 잔을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7.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