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예술인공동체
수목원 Art Festival을 추진하면서(2011.9.3, 포천신문 컬럼)
모돈갤러리(윤희철)
2011. 9. 20. 10:46
[기고=윤희철] 수목원 Art Festival을 추진하면서 | |||||||
| |||||||
각 전시관과 작가의 작업실 등에서는 매일같이 음악과 무용, 시낭송 등과 같은 공연예술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미술과 음악의 만남’, '시와 음악과의 만남‘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모든 행사는 일체의 관의 지원 없이 전적으로 자발적 참여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예술이 살아 숨쉬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들로 예술인들이 하나가 되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뜻을 같이하여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이야기거리로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은 물론 품격 있는 문화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뜻을 다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술제를 명명하기 위하여 집행부에서는 이 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명칭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여왔다. 수목원, 노고산성, 고모리(루)산성 등. 이 가운데 ‘고모루성’이라는 명칭을 처음에 언급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즉, 고구려사가 전공인 전 대진대 사학과의 서병국 교수가 2002년에 각종 언론과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고구려때의 고모루성(古牟婁城)이 이곳임을 비정(比定)한 바 있고 최근 역사드라마에서 고모루성이 주요 요새로 자주 언급되고 있어 세인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적기라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용어사용에 대한 강한 이의 제기가 있어 이 부분은 충분한 학술적 논의를 거친 후에 다시 검토하는 방향으로 충돌을 피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서 교수가 언론지상을 통하여 더 소상히 밝힐 예정이지만 서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고모리의 산성은 마한(馬韓)에서 지은 산성이다. 그러나 이 산성은 백제에 의해 점령당했다가 나중에 고구려가 점령하여 고구려에서 중요한 요새로 사용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산성이 백제의 산성이라는 주장이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고구려가 점령하여 고구려의 주요 요새로도 사용하였기에 최근 근초고왕이나 광개토대왕에서 나오는 고모루성(古牟婁城)이 이곳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고모루성이라는 이름이 비단 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 자기 지역의 산성이 고구려때의 고모루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백기를 들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교수가 처음 논문을 언론에 발표할 당시에는 포천에서는 아무런 반론이 없었다 한다. 그러나 이제는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어 고구려사에 있어서는 국내의 권위자인 서교수의 언론지상을 통한 고모루성의 비정은 찬반양론의 열띤 토론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름이야 어찌되었던 금번 예술인들의 행사가 이 지역에서 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품격을 높여보자는 것이지 산성의 비정이 주목적은 절대 아니다. 비정에 관한 것은 전공학자들의 몫으로 넘기고 열띤 토론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올바른 비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랄뿐이다. 다만 스토리텔링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가며 없는 사실도 만들어서라도 관광객을 유치할 만큼 지역간 치열한 관광객 유치경쟁을 하고 있는 요즈음 드라마에서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거론되고 문화재로까지 지정된 지역의 이름을 우리 스스로 거부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이 지역은 외부인들의 눈에서 바라보면 그저 다양한 먹거리와 카페가 있는 지역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경기 탓도 있지만 스토리텔링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이 지역의 경제활동은 몇몇 업소를 제외하고는 큰 동력이 없는 상태다. 그러니 지난 해 말 고모저수지의 음악분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보겠다고 하는 것도 틀린 생각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역이 유달리 타 지역에 비해 많은 예술인들이 생활하고 있고 몇몇 주요 역사적 유물들이 엄청난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금번에 참여하는 많은 예술인들은 아직도 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예술인들 숫자의 일부에 불과하며 고모리(루)산성을 비롯하여 직동리에 있는 한국수묵화의 대가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 선생의 묘소 등과 같은 역사적 유물은 활용하기에 따라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개발에 있어서 개발계획의 주체들은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고 그저 차량소통만을 위한 도로계획이라든가 지역정서와 동떨어진 계획에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광릉숲 관통도로 통제에 따른 우회도로가 거론되고 있는 이즈음 시속 60km의 도로설계가 완료되어 이제 곧 그저 차량만을 위한 도로가 되어갈 위험에 처해 있다. 머무르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치기만 하는 도로에 불과하다면 자칫 그나마도 있던 다양한 먹거리와 카페의 존립위기로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금번 예술인들의 한마당 잔치는 이 지역의 도로가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감상하면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전원의 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외침이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량의 소음과 매연에서 자유로워지고 오가는 사람들과 정겹게 인사 나누고, 거리 곳곳마다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거리. 그러한 거리를 둘러싸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에 열을 올리고 매일같이 이 지역 곳곳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음악회, 시낭송회 등 문화의 향기가 넘쳐흘러 수도권의 모든 시민들이 이 지역을 부러워하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문화를 감상하러 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길가에 자리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로 지역주민들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넘쳐나고 여유로움에서 오는 마음 따뜻한 인사를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윤 희 철 /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 컬럼니스트, Art Festival 운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