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스케치 기행

영평팔경 제1경 화적연

모돈갤러리(윤희철) 2015. 1. 8. 22:22

 

 

포천을 경유하는 한탄강은 곳곳마다 비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천의 영북면 자일리와 관인면 사정리 경계에 있는 화적연은 한탄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명승지 한탄팔경 중 제3경에 해당하는 비경이다. 한탄강이 굽이굽이 협곡을 만들면서 지나가는 한 귀퉁이로 강물이 휘돌아가면서 넓고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는 가운데 소 안쪽으로 높이 13m의 커다란 바위가 불쑥 솟아 올라와 있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볏 짚단을 쌓아 올린 것 같은 형상이어서 '볏가리'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화적 禾積'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바위 앞쪽의 넓은 소()를 합쳐 화적연(禾積淵)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내려온다. 어느날 한 늙은 농부가 3년 가뭄에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며 이 연못가에 앉아 한숨을 쉬면서 "이 많은 물을 두고서 곡식을 말려 죽여야 한다는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거니와 용도 3년을 두고 낮잠만 자는가 보다"라고 탄식하자 물이 왈칵 뒤집히며 용의 머리가 쑥 나오면서 꼬리를 치며 하늘로 올라가자 그 날 밤부터 비가 내려 풍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지방에 가뭄이 들면 화적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휘감아 돌아가는 푸른 강물과 넓은 백사장, 그리고 주변 산세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효시인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화적연을 비롯하여 예부터 많은 선비와 화가들이 많이 찾았던 명승지로 손꼽힌다. 포천시 창수면과 관인면에 걸쳐 흐르는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명승지 8곳을 영평팔경이라 부르는데 그중 제1경이 바로 이 화적연이다. 넓은 백사장에서 휘돌아가는 한탄강 건너 우뚝 솟아있는 화적을 바라보며 겸재의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되살려 본다.(20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