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스케치 기행

프란다스의 개

모돈갤러리(윤희철) 2025. 6. 24. 16:20
프란다스의 개

 

안트베르펜 또는 앤트워프는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북해와 접해 있는 항구도시이다.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이 도시는 우리에게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된 도시이자 17세기의 최고 화가 루벤스가 활동했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안트베르펜이 크게 발전한 계기는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이 안트베르펜에 아시아와 아프리카산 향신료와 사치품을 가져오면서부터였다. 유럽은 오스만 터키의 콘스탄티노플의 함락(1453)으로 육로를 통한 아시아와의 향신료 교역이 막히게 된다. 그러자 유럽은 새로운 교역로로 바닷길을 찾게 되었고 이는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안트베르펜은 이러한 대항해시대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획득한 향신료와 사치품을 유럽으로 전달하는 중간기지 역할을 하면서 상업과 금융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16세기 중반에는 1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이 도시에 몰리면서 당시 지중해 무역의 최대 거점도시였던 베네치아를 능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안트베르펜 중심부에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위치해 있다. 1521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높이가 123m로 벨기에에서 가장 큰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바로크 화가 루벤스를 비롯한 네덜란드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 미술관과 같은 성당이다. 특히 영국작가 위다의 아동소설을 가지고 일본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성당이기도 하다.
화가를 꿈꿨던 주인공 네로의 최대의 희망이 이 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3단으로 된 제단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보는 것이었다. 이 그림을 보려면 성당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가난했던 네로는 입장료를 낼 돈이 없어 그림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을 돌보아 주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데다가 방화 누명을 뒤집어쓰고 집세도 낼 수 없었던 네로는 집주인에게 쫒겨나게 된다. 추운 겨울날 홀로 눈보라를 헤치고 문득 다다른 곳이 이 성당이었는데 마침 성당은 성탄절이어서 무료로 성당에 들어갈 수 있게되었다. 그리하여 네로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그림을 보고난 후 네로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그림 앞에 쓰러지게 된다. 이때 네로를 찾아 성당으로 들어온 유일한 친구 파트로슈를 만나 둘은 서로 껴안은 채 눈을 감고 만다.
픽션이지만 가슴 아픈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어서 <프란다스의 개>를 방송했던 한국과 일본, 중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성당이다. 성당 안에는 루벤스의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외에도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와 <성모승천> 등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루벤스의 대표작들이 소장되어 있어 성당의 가치를 더해준다. 또한 성당 앞 광장에는 함께 껴안고 평안히 잠들어 있는 네로와 파트로슈의 조형물이 제작되어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프란다스의 개>에 관한 스토리를 알고 방문을 해야 이 성당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은 이 성모 마리아 대성당 우측에 위치한 루벤스 광장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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