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는 발칸반도 위쪽 아드리아해에 접하여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 둘러싸여 있는 국가이다. 예전 유고연방에 속해 있다가 었던 유고연방 대통령 티토(1892-1980)가 사망한 이후 1991년 독립하였다.
인구 205만 명의 작은 나라로 국토의 50% 이상이 산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균 해발 고도가 600m에 이른다. 쥴리앙 알프스(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슬로베니아까지 이어지는 알프스 남쪽 줄기의 석회암 산맥) 산자락에 위치해 아름다운 경관과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들이 많이 있다.
블레드 호수는 쥴리앙 알프스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호수로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이 호수는 ‘줄리앙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울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1855년 스위스의 한 의사가 이 곳에서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요양소를 설치하면서 유럽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오늘날 동유럽의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와 만들어진 에메랄드 빛 영롱한 이 호숫가 100m 절벽위에는 요새와 같은 블레드 성이 있는데 이 성은 독일 황제가 대주교에게 이 곳 영토를 주면서 만들어진 성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국경이 가까운 이곳은 연평균 기온이 12도, 한 여름에도 21도 정도여서 합스부르크 왕족들의 최적의 별장지였고 800여년 동안 유고슬라브 왕가의 여름별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지금도 이 호숫가에는 세계의 유명 인사들의 별장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는 바로크 양식의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에는 99개의 계단이 있는데 결혼식 때 신랑은 신부를 업은 채로 이 계단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가야 하고 이 때 신부는 절대 침묵해야 잘 산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성당에는 50m 높이에 위치한 종이 하나 있다. ‘소망의 종’으로 불리우는 이 종을 3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여 슬로베니아 청춘남녀들은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로망이라 한다. 그리하여 이 성당에는 이 곳의 신혼부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어떤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산적을 만나 신랑이 살해당하게 되었다. 슬픔에 젖은 신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신랑을 그리워하며 그와의 만남을 종을 통하여 이루어 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섬 안에 있는 성당에 종을 달기로 하였다. 그런데 종을 만들어 그 종을 배에 싣고 섬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 급작스런 풍랑을 만나 그만 종을 호수에 빠뜨려버리게 된다. 이로 인해 크게 절망한 신부는 세상을 뒤로하고 로마로 가서 수녀가 되고 만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교황이 그 수녀(신부)의 가슴시린 사연을 전해 듣고는 다시 종을 만들어 호수 안의 성당에 설치토록 하였다. 종을 침으로써 신랑과의 만남을 이루고 싶었던 신부의 소원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이유로 섬 안에는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인해 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 블레드 호숫가에는 유고연방 시절 티토 대통령의 별장인 빌라 블레드(Vila Bled)가 위치해 있다.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에는 영국 다이아나 황태자비, 배우 톰 크루즈와 안젤리나 졸리, 인디라 간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 유명 인사들의 친필 사인을 볼 수 있다. 이 별장은 티토 대통령이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을 이 곳에서 영접하였던 장소로 블레드 호수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티토 대통령은 북한의 김일성과도 이 빌라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일성은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회담이 끝난후에도 2주간이나 더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6.25 이전 북한 땅에 위치해 있던 포천의 산정호수는 명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져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와 유사한 지리적 구조를 하고 있다. 블레드 호수에 깊은 인상를 갖고 있었던 김일성에게는 이 산정호수야 말로 블레드 호수와 비슷한 풍광을 가진 호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하여 티토 대통령 별장처럼 자신도 이 호숫가에 자신의 별장을 만들어 블레드 호수에서 느꼈던 감흥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철거되어 빈 터만 남아 팻말로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김일성 별장 위치에서 산정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명성산을 바라보며 오래전 다녀왔던 블레드 호수의 감흥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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